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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is Love/설교 자료

한국에서 상처받는 무슬림

테러리스트로 오해받고 폭력 종교로 매도되고..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는 무슬림'

‘이슬람, 함께 가다’ 토크 콘서트경향신문|임아영 기자|입력2015.05.07. 21:10
▲ "히잡 쓰면 공항에서 죽는다" "터키, 이슬람 믿어 안타까워" 인식 부족·편견·오해 많아
▲ "이슬람, 다른 종교와 같은 철학 극단적 사례로 재단 말아야"

"제 이름은 '우사메'지만 아랍식으로 읽으면 '오사마'입니다. 보통 무슬림들은 이슬람 무장단체 IS(이슬람 국가)를 테러리스트들의 단체이자 살인자, 폭력기계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고향을 떠나 해외에 사는 무슬림들도 극단주의자들의 피해자입니다."

7일 서울 남산 유스호스텔에서는 '이슬람, 함께 가다'란 이름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제5회 한-이슬람 종교 간 대화 세미나'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무슬림으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마련한 자리다.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모여 한국인 무슬림인 윤은나씨, 터키에서 한국으로 이민 온 우사메 준불, 파트마 살마노울루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7일 서울 남산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이슬람, 함께 가다' 토크콘서트에서 윤은나씨, 우사메 준불, 파트마 살마노울루(왼쪽에서 두번째부터)가 이야기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이슬람교는 현재 그리스도교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종교로, 세계 인구의 23%가 믿고 있다. 한국에도 이슬람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주민들과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한국인 등 이슬람교 신자인 무슬림은 4만여명에 이른다. 이제 한국 사회도 무슬림을 제대로 이해하고,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큰 숙제가 된 셈이다. 그러나 9·11테러 이후 무슬림은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았고, IS가 등장하면서 이슬람교는 더 폭력적인 종교란 인식이 높아졌다.

한국의 무슬림들은 이슬람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 부족, 나아가 오해와 편견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 파트마 살마노울루는 여름마다 왜 긴 팔 옷을 입느냐고 묻는 한국 사람들 때문에 곤란하다. "이제 안 가려도 되는데, 여긴 한국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파트마는 "수녀님들도 히잡 비슷한 것을 쓰시는데 아무도 수녀님들에게 쓰지 말라고 하지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IS 등장 이후 이슬람에 대한 오해는 더 깊어졌다. 파트마는 "테러 사건이 일어나면 다음날 택시 타기가 싫을 정도"라며 "택시 기사들이 이슬람은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사메는 "이슬람, 무슬림하면 IS나 9·11테러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하지만 관용과 자비와 사랑을 바탕으로 늘 자기를 성찰하는 무슬림이 더 많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은나씨는 1999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2002년 무슬림이 되어 귀국할 때를 이야기했다. 당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는 "히잡 쓰고 들어오면 공항에서 죽는다"고까지 했다. 우사메 준불은 1997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와 초등학교에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가 학교에 나타나자 많은 학생들이 우사메의 반까지 찾아와 창문 앞에 까치발로 서서 그를 '구경'했다. 어떤 학생은 우사메 몸의 털을 만지면서 '어린애가 왜 털이 있느냐'고 물었다. 고등학교 때 개신교 장로였던 기술가정 선생님은 우사메 앞에서 "터키는 참 좋은 나라인데 이슬람을 믿어서 안타깝다. 기독교를 믿었으면 더 잘 살았을 텐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윤씨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나름대로 고민했다. 처음에는 무슬림을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화도 냈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다. 처음 주유소에 갔을 때 아저씨가 '이슬람을 믿는다'는 그의 말에 왜 그런 종교를 믿느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윤씨는 굴하지 않고 주유소에 갈 때마다 늘 미소를 짓는다. "이제는 저를 보는 시각이 처음과는 좀 달라진 것 같아요. IS에 관한 뉴스를 보더라도 그 아저씨는 '내가 만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윤씨는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을 알리고 싶어서 2012년 남편과 함께 출판사를 만들기도 했다. 우사메는 "한국은 오랫동안 단일민족 사회였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이슬람도 다른 종교와 같은 철학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크 콘서트에 앞서 열린 세미나에서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는 "이슬람이 호전적 종교라고 오해하는 것은 테러를 자행하는 일부 극단적 사례를 보고 전체를 재단하는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종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도 "IS 등 일부 무슬림이 자행하는 테러나 참수행위는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비이슬람적인 것으로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슬람은 관용을 중시하고 비무슬림의 권리를 인정하는 평화적인 종교"라고 밝혔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